6월호/16-18면/오티즘 엑스포에 참여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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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6-03 00:25 조회93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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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티즘 엑스포에 참여하시겠습니까?”
장지용
회사원 겸 estas 공동조정자
“자폐성장애를 주제로 박람회를? 무슨 말이 되나?”
이것이 오티즘 엑스포에 관해 처음 들었을 때, 내가 느낀 반응이었다. 이런 것이 박람회 주제가 될 줄이라고는 상상을 못 한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오티즘 엑스포에 내가 휘말리게 된 것이다.
2019년 봄, 우리는 장애청년드림팀의 하나로 영국 연수를 다녀온 뒤, 그렇게 배워온 것을 세상에 알리려고 했었다. 이런 것을 공공연히 말하는 기회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했었다. 내가 있었던 estas는 그것을 말할 거리는 있었지만, 이것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멍석은 깔려있지 않았었다. 그 와중에 estas에 연락이 왔다. 우리에게 정식으로 “오티즘 엑스포에 참여하시겠습니까?”라는 연락이 온 것이다.
우리는 반신반의했다. estas가 당시에 조직된 자폐인 당사자 집단 중 유일하게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단체였기 때문이다. 자폐인 당사자 집단, 즉 자조 집단은 대체로 복지관이나 부모단체의 영향력이 매우 컸었는데, estas는 유일하게 독립 및 자치 자조 단체를 표방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최 측의 제안으로 서울 모처에서 주최 측과 대면하였다. 어쨌든 내가 이 자리에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주최 측인 함께웃는재단의 사정에 대해서 들었고, 심지어 이런 것이 사실은 외국에서 이미 했었던 이야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국에서는 ‘Autism Show’라는 비슷한 박람회가 있었는데, 이것을 보고 벤치마킹해서 이 행사가 열린 것이라고 한다.
내가 있었던 대표단은 고심 끝에 정중히 초청에 응하기로 했다. 그 뒤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시작되었다. 일단 우리는 그동안 말이 많았던 일을 졸지에 해치워야 했다. 상징 마크를 만들고, 홈페이지나 다름없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estas가 영국에 갔을 때 영국 자폐인 자조 단체 회원들이 일제히 의문시했던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마크를 만드는 일에 관해서는 조력자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우리가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드는 법을 ‘때려 맞춰 가면서’ 배웠다. 조력자는 다행히 아는 디자이너를 통해 우리에게 멋진 마크를 만들어줬다. 우리가 그동안 디자인을 구상했던 것이 있었기 때문에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것에 가까웠다. 마크에는 우리의 철학을 담기도 했는데, 글자 색깔을 무지갯빛으로 만든 것 자체가 ‘스펙트럼’을 상징하는 것이었고, 파란색 축약 마크는 알파벳 e자와 a자의 묘한 공존을 이용했다. a자가 들어간 것은 자폐인을 뜻하는 영어단어가 Autistic, 즉 A자로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다음에는 우리가 무엇을 선전해야 할지를 생각했다. 결국, 선전 패널을 붙이고 활동사진 몇 개를 붙이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나는 그때 회사에 반차를 내고 현장에 미리 가서 그 패널을 붙이는 등의 일을 했다. 나로서도 다른 일이 있었다. 주최 측이 나에게 특별한 발언 시간을 준다고 해서 따로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2019년 7월 12일이었다. 그때는 회사에 아예 연차를 내고 참석했다. 첫날에 나는 다양한 부스를 방문해서 우리를 둘러싼 여러 기관, 기업, 단체 등을 접견해야 했다. 이렇게 막상 다 모아보니 그제야 ‘이 정도면 진짜 박람회 한 번 치러봐도 될 정도였구먼!’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선전도 하고, 가끔 부스를 들러서 주위를 챙기는 등의 일을 치렀다.
다음 날, 다시 두 번째 날 일정은 더 바빴다. 내가 연설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이 된 장혜영과 지금도 내가 알고 지내는 이른바 ‘진격의 임 이사장’이라 불리는 자폐인 부모 출신이고 수원 권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협동조합 이사장,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대담을 통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때는 다양한 친구들도 불렀다. 그중 한 친구는 장애청년드림팀 때 다른 팀이었지만 같은 기수였던 사람이었는데, 참관 사진, 그리고 나와 같이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선생님이 되겠다!”라고 적었다. 이제는 그 친구는 다짐을 이뤄냈다. 2022년 교원임용시험에서 당당히 중등특수교사 임용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제 소위 말하는 ‘초임교사’가 된 것이다.
성과는 대단했다. 나는 약 3천 명 정도가 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정작 나중에 들은 이야기는 1만 명이나 참관했다는 결과 발표가 있었다. estas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지금은 새로 생긴 이웃 단체로 이적한 1명과 지금도 활동 중이면서 자립을 모색하는 회원 1명, 이렇게 2명이 새로 estas에 가입했다.
아마 2년에 한 번씩 여는 것 같았지만 사실 2021년에는 열리지 못했다. 코로나19 위기로 제2회 행사는 이제야, 2022년 7월 15일부터 16일까지 열린다. estas와 나는 더 많은 준비를 하기로 했고, 더 많은 선전 등 준비 거리가 생겼다. estas와 연결된 해외 명사를 비대면 형식으로 초청하고 새로 생긴 이웃 단체와 협동 활동을 모색하고 발표도 많이 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주최 측은 estas 등 당사자 단체에 참가비 면제를 통보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는 코로나19 위기로 많은 위기를 겪었지만, 새로운 도전에 나서면서 이제 자폐성장애의 존재를 더 많이 알리고, 이에 연관된 세계를 알리면서, 또 그 와중에 당사자들의 움직임을 이런 자리에서 소개하게 되었다.
우리가 이제 제2회 오티즘 엑스포를 준비하면서, 영국에서 장애청년드림팀 일로 만났고, 현지에서 저명한 자폐인 당사자이자 이제는 이름에 OBE, 즉 영국 국왕으로부터 받은 훈장이 있음을 쓸 수 있는 사람에게 이 일로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이런 연락을 받았다.
“많은 일처럼 들리지만, 보람이 있나요? 영국의 Autism Show는 질적 문제에 대해서 여러 말이 있지만, 자폐성장애 문제를 많은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방법입니다. 저는 당신이 노력한 것에 대해 성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분이 기대한 대로, 자폐성장애 문제를 더 많이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이런 멍석을 크게 벌여봐야겠다. 이번 7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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