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오티즘엑스포 발달장애인 당사자 르포/자폐계, 이제 지각변동이 점점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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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9-09 23:45 조회40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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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계, 이제 지각변동이 점점 시작되었다 / 장지용 (前 자폐인 모임 estas 조정자)
자폐 관련 사안은 최근 10년 사이에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자폐를 공공연히 말할 수 없는 시대가 이제는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시대로 변화했고, ‘치료’라는 명분이 점점 당사자들 집단들의 비판을 받아가며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거기에 당사자 집단까지 성장하면서, 자폐를 둘러싼 한국 사회 구조는 최근 10년 사이 급격히 변했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성공은 다른 지점에서의 자폐계의 거대한 변화를 만들었는데, 이제 수면 아래에 있던 자폐인 당사자 집단까지 사회 무대에 등장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내가 그 시절에 많은 초청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자폐를 둘러싼 사회적 변화가 완전히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자폐를 입에 담을 수 없던 시절이었지만, 이번에 이야기하는 ‘박람회’를 공개적으로 열 수 있는 시대로 전환되었다는 것도 큰 진전이었다. 그리고 그 박람회가 관련 단체의 주목을 받은 것도 중요하다.
지난 7월 12일과 13일 양일간 서울 aT센터에서 제3회 오티즘 엑스포(이하 엑스포)가 열렸다. 지난 제1회 엑스포는 2019년, 제2회 엑스포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2년에 열렸으니 결과적으로 2024년에 열려야 맞았다. 그렇게 필자마저 엑스포에 참여하게 되었다.
지난 제1회와 제2회 엑스포와 달리 제3회 엑스포에서 달라진 지점은 당사자 단체가 늘었다는 점과 기존에는 ‘치료’ 중심에서 점점 ‘교육’ 중심으로 전환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제1회 엑스포 때는 자폐인 당사자 집단이 자폐인 모임 estas 이외에는 없었지만, 이번 제3회 엑스포에서는 estas와 갈등을 일부러 선언한 당사자 집단까지 참여하게 될 정도였다. 즉, 자폐인 당사자 집단들 사이에서도 이제 ‘세력 대결’이 시작된 셈이다. 이런 경쟁 등의 가속화로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estas도 지난 9월 1일 내부 강평에서 향후 제4회 엑스포 참여를 기정사실로 하기로 결의했을 정도이다.
점점 ‘교육’ 중심으로 바뀌는 것도 의미 있는 지점이다. 과거 제1회 때와 제2회 때의 부스 구조는 대부분 ‘치료’ 관련 기관 위주였는데, 이번 제3회 때는 ‘교육’, 특히 유아-학령기 관련 교육 기관이나 업체들의 참여가 더 많았다. 또한, 참여 기관은 적었지만 평생교육기관이나 대학 발달장애인 전문 학과 등에서 참여한 사례도 적잖이 있었다. 특히 대학 발달장애인 전문 학과의 경우, 정식 학위증도 함께 발행되기 때문에 ‘(전문)학사학위 취득자’ 규정이 적용되어 취업에 유리한 지점이 있는 점이 가장 큰 이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치료’라고 내세운 곳도 점점 약물 등 관련은 줄어들고 ‘연극치료’ 등 의학 이외 방식의 대안을 내세운 단체들이 더 많이 참여하게 되었다. 실제로 ‘연극치료’ 관계자는 실제 자폐인 참여자 중 정식으로 극단(劇團)에 입단한 사례도 있다고 언급했다. 필자도 사진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대학 관련 학과(상명대학교 사진영상미디어전공)에 입학(08학번)하고 졸업(2013년)했으니 비슷한 일이라 하겠다. 또한, 기술-공학 기반 재활을 논의하는 곳도 등장한 것도 재미있는 지점이다. 실제로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업체 등이 참여했으니 말이다.
강연회에서는 특히 자폐인 당사자 연구자 출신 인사들의 초청이나 온라인 강연회 등까지 열리면서, 학술 행사는 벌써 당사자들의 영향력이 커졌음을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당사자 관련으로 윤은호 박사의 영향력도 꽤 남아있었던 것도 짚어볼 만한 지점이다. 국내 자폐인 연구자인 윤 박사의 해외 네트워크도 이번 엑스포 학술 행사에 도움이 되었다.
자폐인 당사자들의 몇몇 아쉬운 지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엑스포는 당사자들의 존재감이 커졌다. 관련 부스를 설치했다거나, 당사자 그룹에 참가비를 면제하는 등의 조치 등은 상당히 고무적인 지점이었다. 이제 당사자들의 감각 문제 같은 문제를 해결하면 더 좋은 엑스포가 될 것이다.
예술 관련 분야도 꽤 성장한 분야 중 하나다. 앞서 언급한 대로 예술치료 방식이기는 하지만 장르가 미술치료와 음악치료 중심이었던 것에 ‘연극치료’라는 새로운 방식의 모델을 도입한 기관도 참석했고 개인적으로도 일부 참여자의 실제 전문 극단 입단 사실도 알게 되었기에 이러한 계기로 재능을 파악해 전공이나 진로 설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필자가 이미 대학 생활과 이후 행보로 증명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사실 필자는 대학 졸업 이후에도 휴일이나 휴가를 이용하여 작품사진 촬영을 진행 중이며 지난 8월에도 부산으로 근대문화유산 촬영 프로젝트 등을 이유로 촬영 휴가를 다녀왔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발달장애인 문화예술에서는 아직 진전이 더 필요한 사안이다. 아직 한계가 드러난 지점이 종종 보였기 때문이다.
먼저, 발달장애인의 예술대학 진학 등 전문 예술교육의 영향을 받은 사례가 적다는 점이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발달장애 학생까지 대학에 입학하는 사례가 등장할 정도이긴 하지만, 아직 발달장애 예술계는 ‘있는 그대로의 예술’ 등을 강조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발달장애인 예술 발전을 어렵게 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대학 교육 이수 등을 통해 전공 교육을 통해 각종 이론 등과 발전된 실기 기술을 학습해야 하고, 교양 교육을 통해 다양한 학문 학습을 통해 작품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나 표현 기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근대문화유산 촬영 프로젝트의 기원도 사실은 인천광역시청 홍보지 ⟪굿모닝인천⟫에 실린 지역 근대문화유산 르포 기사를 보다가 생겨나 웹툰 ⟪도자기⟫를 통해 표현 기법을 발전시켜서 시작한 작업이었다. 거기에 평소 가진 역사 지식과 대학 교육 등을 통해 들은 지식 등을 바탕으로 더 발전된 작업이 나온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발달장애 예술의 발전을 위해서 장기적으로 발달장애 학생의 예술대학 진학을 장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체계적 교육을 받은 발달장애인 예술가라는 티를 드러낸 작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두 번째로 발달장애인이 진출한 예술 장르의 다양성을 증진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참여라 보는 발달장애 예술 관련 기관으로 극단 ‘라하프’를 꼽고 싶다. 대중적으로 활동하는 최초의 발달장애인 극단이기 때문이다. 그 극단 관계자도 필자의 존재를 알고 있어서 ‘장지용 씨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할 정도였다. 그들은 개최 시점 직전에 대구에서 공연을 올렸었다. 그리고는 다음 공연 일정을 알려주지는 않았는데 아마 그들이 다음 공연을 위한 극장 수배에 나서느라 그랬을 것이라. 실제로 그들은 배우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미래에 등장할 배우를 육성 중이다.
필자가 본 발달장애인 예술가 중 인상이 괜찮은 여성 성악 관련 발달장애 활동가를 만났는데, 개인적으로 생각한 미래 방향은 잘 노력하면 창법이 바뀔 것이긴 해도 뮤지컬 배우 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미 비장애인이기는 하지만 배우 하도권은 성악 전공자 출신으로 뮤지컬에서 활동하다 TV에도 진출해 활발한 작품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 것처럼 성악 전공자가 창법을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뮤지컬 등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대안이자 도전이라 본다. 심지어 국내에는 ‘나이트위시’ 초대(현재는 제3대 보컬이 활동 중이다) 보컬로 많이 알려진 핀란드의 타르야 투루넨 (물론 비장애인이다)처럼 아예 록 가수로 전업하는 것도 실제로 있었다. 그런 장르 확장은 발달장애계에서 도전해봤다는 것은 미술계에서의 디자인 진출 정도를 빼곤 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것이 독특하다고 할 정도로 발달장애 예술의 장르 다양화는 아직 먼일이다. 이제 연기 예술에도 진출했으니 장기적으로 연극에서 출발해 정은혜가 증명했듯이 TV 등으로 연기 무대를 확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정은혜를 제외하고 발달장애인 배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비슷하게 아예 정식 연예계에 입문한 발달장애를 넘어서 장애인 연예인은 극히 드물다. 특히 발달장애인 연예인은 해외에도 발달장애 사실이 데뷔 이후에 공개되었지만, 대릴 해나, 웬트워스 밀러 등 할리우드 정상급 배우에 호주 배우 클로이 헤이든, 같은 호주 코미디언 해나 개즈비 같은 사례가 있으니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발달장애인 연예인은 정은혜를 빼면 존재하지 않는다. 필자에 대해 몇몇이 연예인 기질이 있다는 평가가 있는 것이 전부이다.
또한, 필자는 발달장애인 일러스트레이터나 웹툰 작가 지망생을 본 적이 있다. 이미 기성 작가의 조수 등으로 웹툰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하는데, 장기적으로 독립적인 작품이 나올 것 같다. 실제로 다른 만화가 중에는 기성 작가의 조수 또는 문하생으로 경력을 시작하다 나중에 독립적인 작품을 내놓는 사례가 종종 있어서다.
끝으로 예술을 통해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을 찾아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예술활동을 수익화할 수 있는 모델은 현재로서는 겨우 디스에이블드 같은 판매 에이전시를 통한 판매 등 수익모델로 완벽히 전환하는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면서 예술 활동을 하면서 다른 먹고살 방법, 즉 관련 예술 특기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생업수단 마련 대책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필자마저 일반 직장생활을 ‘본캐’처럼 사용하며 예술 관련 활동이나 작가 활동 등을 ‘부캐’, 즉 부업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행히 장르 특성상 로케이션 작업이 잘 이뤄지면 휴일·휴가 등을 활용하는 형식으로 이러한 활동과 생업의 균형을 맞추는 대안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사실, 이 글도 서울-인천을 왕복하는 출퇴근길의 노트북 작업으로 쓰고 있는 글이다. 요즘 글을 컴퓨터로 쓰는 시대이니 이 점을 역이용해 노트북 컴퓨터와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을 동원해 집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필자는 최근 글 작업을 진행할 때 개인 소유 노트북을 애용하고 있을 정도다. 본업과 부업의 경계선을 이용한 시간 관리 대책으로 나온 것이다. 머뭇거릴 시간에 글 한 편을 쓰니 다른 활동에 방해될 일이 없어지니 말이다.
아쉬운 지점도 있었다.
먼저 직업 관련해서 아직 장애인 작업장 수준의 업체들이 많이 참여했고, 그 작업장 중 제과 관련 업종이 아닌 사례는 거의 없었다. 최근 제과 제품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증대되었다고는 하나, 대전 성심당(법인명: 로쏘㈜) 같은 대형 제과 업체 또는 지역 유명 제과점 등에서 자폐인을 고용하려는 시도도 없거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아이러니한 지점이다. 이런 기반이 있었다면 바로 지역 제과점 등으로 고용 연계 등 선순환이 이뤄지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외에도 영어권에서는 자폐인 하면 상당수가 IT 분야에 종사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해질 정도로 고급 직종에서 일하는데, 자폐인의 고급 산업 진출 관련된 일자리 부스는 전혀 언급이 없었던 점도 아쉬운 지점이라 하겠다. 또한, 대기업-공공기관의 발달장애인 채용, 특히 일반직이나 전문직 채용이라는 것이 한국사회에서는 아직도 신화 같은 이야기다 보니 관련 부스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아직 발달장애인 연봉이 최저임금과 연동되는 것이 최고수준이라는 지점이 나중에는 위험한 지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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