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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박사과정 자폐서번트 윤은호씨가 장애인문화예술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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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04-25 00:16 조회4,3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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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는 에비로드, 한국에는 `에바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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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4-2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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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윤은호 인턴기자] 지난 7일, 한 다큐멘터리의 무료 시사회 소식을 듣고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지하에 있는 시네마테크를 찾아갔다. 도착한 시사회장 입구에는 관계자가 당일 시사회 추첨 번호가 붙어 있는 전단지를 한 장씩 나누어 주고 있었고, 일반 시사회행사가 시작되는 시간과 상영 시작 시간 사이에는 30분이라는 간격이 있었기 때문에 좌석은 넉넉한 편이었다. 상영 시작시간이 가까워지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다큐멘터리를 보기 위해 시사회장에 착석했고, 영화 상영 직전에는 약 70여명의 관객이 모여 있었다. 시사회에 온 사람들은 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이었지만, 이 다큐멘터리를 보러 온 가족들도 몇 그룹이 있어 보였다.

영상이 시작되자 회장은 여느 영화관처럼 조용해졌다. 하지만 영상이 시작된 지 머지않아 많은 관객들이 영상의 내용을 보면서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영상의 러닝타임은 43분, 일반적인 TV 다큐멘터리 1회 분량이기는 하지만, 일반 영화들에 비하면 다소 짧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다큐멘터리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무엇을 보기 위해 모인 것일까.

영상은 두 명의 건장한 대한민국 남성 `오타쿠`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바)를 좋아하는 그들은 <에반게리온 Q>의 개봉을 앞두고 공식 사이트를 매일 체크하던 중 프랑스, 일본, 미국, 중국 4개국에서 스탬프를 모으는 행사가 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상품의 내용을 확인하지도 않았지만 거기에 무작정 참가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스탬프 랠리를 다니면서 그냥 스탬프만 찍고 오기는 그러니 자신들이 스탬프 랠리에 참여하는 과정을 1080p나 되는 ‘고퀄리티’ 영상으로 남기기로 한다. 곧 그들은 4개국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스탬프 랠리의 순서에 따라 차례대로 이곳저곳으로 날아가 1박 2일, 길게는 3박 4일의 일정으로 <에반게리온>과 관련된 장소들을 돌아다닌다.

마지막 중국 스탬프 랠리를 열기로 했던 행사가 센카쿠 열도와 관련된 중국 반일 시위 문제로 무기한 연기되는 고난을 맞기도 하지만, 다행히 행사가 다시 열려 둘은 네 곳의 스탬프를 전부 찍는데 성공하고, 일본 측 총괄 스태프 등을 포함한 많은 중국 <에반게리온> 팬의 축하를 받는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지나, 그들은 또 다시 일본 도쿄에 가서 스탬프 랠리의 종료를 공식인증하고, 일본 본토에서 <에반게리온 Q>를 여러 번 관람하고, 삿포로로 날아가 <에반게리온 Q> 관련 행사를 구경한다.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결과는 그 둘만이 유일한 스탬프랠리의 완주자라는 것. 하지만 주인공들은 상품이 스탬프랠리 참가자의 국가부터 일본까지 오는 비행기 표와 <에반게리온 Q> 시청권이라는 사실에 좌절하게 된다. 이미 이들은 일본에 일곱 번이나 와서 <에반게리온 Q>를 본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원화가의 오리지널 원화를 선택할 수 있다는 추가 제안이 들어와 그것을 선택했지만, 아직까지 <에반게리온> 제작자 측에서 스탬프 랠리 상품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며 영상은 쓸쓸히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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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바로드>의 장면 스크린샷 (에바로드 제공)

영상 제작 전문가나 연구자들의 입장에서 이 영상을 그냥 넘겨보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구석이 있다. 일반적인 다큐멘터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몽타주 샷이나 스토리 등의 기법을 이 영상에서는 찾아보기는 힘들다. 더군다나 이 영상은 초반부터 스탬프 랠리의 결과를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알려주는데, 일반적인 영화나 다큐멘터리에서는 금기시되는 헤살질(스포일러)을 작정하고 하는 셈이다. 게다가 해당 영상이 다루는 대상인 <에반게리온> 자체가 많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대상도 아니다. 하지만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더군다나 이 다큐멘터리는 후반 작업을 위한 비용인 300만원을 모두 소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에서 구했고, 영상은 상영되는 즉시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모든 공개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 영상이 가진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지난 1995년 일본에서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된다. 애니메이션에 따르면, 1995년 방영 당시 가까운 미래였던 2000년을 기점으로 `서드 임팩트`(세번째 충격)가 일어나 지구가 큰 위기를 겪게 된다. 다행히 일본 정부는 수도인 도쿄 파멸의 충격을 극복하고 다시 구축된 제3신도쿄시를 구축한다. 그런데 갑자기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는 사도들이 나타나자, 이들과의 싸움을 위해 유엔 등을 주축으로 네르프(NERV)라는 단체를 구성하고, 이들은 에반게리온이라는 거대로봇을 만들게 된다. 이후 이 로봇들의 조종사로 네르프의 수장의 아들인 주인공 이카리 신지가 소환되고, 신지가 에반게리온 조종사로 활동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사건을 담고 있다.

해당 TV 시리즈는 일본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큰 인상을 끼쳐 제작사인 가이낙스(GAINAX)를 일본의 주요 애니메이션 제작사 중 하나로 발돋움하게 만들었다. 이후 인터넷 시대를 맞으며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국내에도 유포되어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수의 팬이 생기게 되었다. 그 때의 팬 층이 지속적으로 구성되는 것을 본 가이낙스는 이후 새로운 극장판 <신세기 에반게리온:서>(2007), <신세기 에반게리온:파>(2009), 그리고 곧 국내에도 개봉될 <신세기 에반게리온 Q>(2012) 등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작품 시리즈를 발매해 오고 있다.

<에반게리온>의 지속적인 흥행과 그 팬덤 활동을 통해서 한일의 많은 젊은이들은 동일한 문화코드를 공유하게 되었고, 결국 이러한 분위기가 <에바로드>의 제작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에바로드>라는 이름이 1960년대 전 구미대륙을 휩쓸었던 비틀즈의 <에비로드>를 의도적으로 패러디했다는 점은, <에반게리온>이 비틀즈와 비슷한 강도로 아시아권의 문화를 재구성하는데 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하는 지점일 것이다.

그럼 <에바로드>의 제작자들은 이 영상을 왜 남겼을까. 이에 대해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기도 한 감독은 자신의 여행에 대해 영상 안에서 몇 가지 코멘트를 남긴다. 에반게리온을 그냥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일을 했다는 것. 스탬프 랠리를 감행함으로서 감수해야 하는 현실적인 낭비 때문에 재정적 상황이 나쁠 것 또한 사실이고, 아직 에반게리온에 대한 ‘덕질’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인 것을 알지만 그러한 사회적 시선을 감수하고 이러한 일을 한 것이라는 것. 그리고 이 영상을 보는 우리 또한 무엇인가에 대한 ‘덕후’일 수밖에 없다는 것. 이 세 가지를 통해 감독은 뭔가 특이한 문화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일반 국민들 또한 이러한 `위대한 낭비`의 주인공일 수 있다는 것, 또한 그러한 모습이 사회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듯하다.

지난 4월 11일 이후, 이 다큐멘터리의 공식 상영은 종료되었고, 감독은 이 작품을 영화제 등을 통해 다시 출품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에바로드>가 보여준 짧지만 강도 높은 충격은 앞으로 한국 사회를 반영하는 짧지만 깊은 파장으로 대한민국 문화사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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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바로드> 상영회장의 모습


<에바로드> 제작자와의 대화

<에바로드> 제작 과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시사회 종료 후 에바로드의 감독인 박현복씨와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이후 추가로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스탬프 랠리를 알게 된 것 자체가 평소에 자주 <에반게리온> 사이트를 검색했기 때문일 듯한데.

그렇다. 에바 Q를 한참 기다릴 때였기 때문에 매일 에바 공식 사이트를 검색하고 있었는데, 랠리 소식을 금요일 늦게 알게 되었는데 소식을 보자마자 곧바로 참가를 결정했다. 하지만 주말에는 비행기 티켓을 구할 수 없는 관계로 월요일에 곧바로 여행기 티켓을 어렵게 끊게 되었다.

▷소식을 보자마자 단번에 스탬프 랠리에 참가하게 된 동기가 무엇이었을까.

에바팬으로서의 사명감이랄까, 둘이서 이야기하다가 ‘네가 안하면 누가 해’라는 이야기를 나누며 시작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적어도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이 성공할 줄 알았다.

▷제작비용이 얼마쯤 들었는가.

전반적으로는 아무래도 비행기 티켓 비용이 가장 많이 들었고, 촬영 자체는 90만 원쯤 되는 캠코더를 하나 사서 그걸로 충당했다, 그 이외에는 크게 든 비용이 없었던 것 같다.

▷촬영분을 가지고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도 힘든 과정이었을 것 같다.

그렇긴 한데, 생산적인 덕질을 모토로 스탬프 랠리에 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돌아다닐 때 핸디캠을 들고 돌아다니면 되는 거니까 어려울 것은 없었다. 다만 편집할 때가 힘들었다. 사실상 아마추어다 보니 촬영할 때 어떤 걸 어떤 식으로 찍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아 서툰 부분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찍어놓은 분량이 60시간 이상이나 됐다. 최종 러닝 타임이 42분이니 거의 그 내용을 100분의 1로 줄이게 되면서 가편집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최초 기획이 30분 분량이었기 때문에 많은 컷들을 잘라냈는데 아쉬운 컷들이 많았다.

▷편집도 그렇고 OST도 그렇고 후반작업에 의외로 돈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돈보다는 노력을 더 많이 들였다. 작품을 보면 돈이 많이 들어간 것 같이 보이지만, 많이 알아보고 해서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지는 않았다. 특히나 텀블벅으로 후원금을 모금해서 그 돈으로 많이 비용을 충당할 수 있었다.

▷개봉하고 나서 추가적으로 적자가 나지는 않았나.

저희가 돌아다닌 것 자체가 적자인 것 같다. 저희가 좋아서 간 거니까.

▷스탬프 랠리에 다른 사람들도 많이 참가했는가.

처음에 프랑스에 갔을 때는 스탬프 랠리에 참여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중국 때는 그 당시 일중관계 때문인지 일본에서 온 사람이 한 명도 없더라. 돌아다니면서 저희 밖에 스탬프 랠리에 참여한 사람이 없는 것을 보면서 저희밖에 없을 것 같긴 했다. 사람들이 점점 안 보이더라. 미국에 있을 때도 스탬프를 찍으러 오는 사람들이 별로 많지는 않았다.

▷스탬프 랠리 과정은 재미있었나. 주말 기간에 한정해 다녀올 수밖에 없어서 상당히 시간도 빠듯했고, 또 미국에 갔을 때는 아픈데다 태풍까지 겹쳐서 상당히 힘들었다고 영상에서 들었다.

첫 스탬프 장소가 프랑스였는데, 우리 둘은 유럽여행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외국은 일본 외에는 가본 곳이 없어서 10시간 이상 비행을 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프랑스에 갈 때만 해도 설렘과 사명감 같은 느낌이 많았는데, 힘들게 미국을 다녀오게 되고, 또한 중국 일정이 무기한으로 연기되면서 상당히 지쳤었다. 우여곡절 끝에 반나절 일정으로 중국을 다녀왔는데, 가기 전만 해도 많은 회의감이 들었다가 중국에서 네 개의 스탬프를 모두 찍은 용지를 보며 회의감이 말끔히 잊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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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바로드> 중 스탬프 랠리 인증 장면. (에바로드측 제공)

▷오늘 오신 분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던 것 같다. 또한 보러 오신 나이층도 상당히 다양한 것 같던데.

저도 오늘 다양한 연령층의 분들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저희가 홍보를 루리웹 등에 해서 그 쪽의 오덕들을 불러 모으려고 했는데, 그 곳을 통해서 일반인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가족 단위의 분들도 많이 계셨던 것 같았다.

저도 놀랐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보면 안 될 텐데. 아이들을 데려오신 부모님들이 집에 가서 아이들에게 ‘저 형들처럼 되면 안 된다’고 하실 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왜 <에반게리온>를 아직까지 파는가. 아직 국내에도 에반게리온 팬층이 많긴 하지만, 그 시대에 <세일러 문>이나 <천사소년 네티> 같이 좋아할만한 대체물들도 있지 않았나.

우리 나이 대에서 <에반게리온>을 파는 층이 아직 많은데, 요즘 애니메이션들보다는 에반게리온이 어렸을 때 봐서 그런지 친숙해서인 것 같다. 지금 <나루토>나 <원피스>를 보는 사람들이 10년, 20년 지나서도 `<나루토>가 최고다`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에반게리온>이 가진 메시지가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이 있고, 다른 작품들보다는 팬들과의 공감을 노리고 만든 작품이다 보니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또한 신극장판이 지금 다시 나오는 것도 <에반게리온>을 다시 파게 되는 이유가 되는 것 같다.

▷혹시 이후 영화제 등에 작품을 출품할 생각은 없는가.

온라인 쪽으로는 알아보고 있는데, 당장은 어떻게 하겠다고 정해진 것은 없다. 참고로 오늘이 마지막 상영이었다. 당분간은 트위터, 페이스북의 등의 홍보 계정은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정해지는 것이 있으면 곧바로 알리는 방향으로 갈 생각이다. (참고로 이후 에바로드 측은 11일에 추가 시사회를 개최하였다.)

▷앞으로 애니메이션 팬 활동을 계속 할 것 같은가.

에반게리온만큼은 신극장판 개봉이 한 편 더 남았으니까 그 것까지는 볼 생각이기는 한데, 다른 애니메이션까지 좋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것 같다.

▷끝으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에바로드>가 완성되기까지 도움주신 많은 오덕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별 볼일 없는 작품일수도 있으나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오덕을 희화하거나 뭔가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지 않았다. 오덕의 순수한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다. 너무 배타적으로 바라보지 마시고, 덕심으로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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